드래그 온 드라군3 쓰리 : 내 인형은 좋은 인형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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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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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에닉스 공식 사이트에 공개된 드래그 온 드라군3 캐릭터 단편 소설 번역

 

STORY4 쓰리 : 내 인형은 좋은 인형(1/1)

×월 ×일

오늘 처음으로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법은 다른 사람을 모방한거지만 제가 만든 저만의 인형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와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월 ×일

제가 모방해서 만든 병사인형은 [체스]라는 놀이에 쓰는 거라고 합니다. 영주의 성에서 가져온 병사들은 제가 처음으로 가지게 된 인형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인형을 매우 좋아했지만 지금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거든요.

멋대로 가져온 걸 들켜서 원 언니에게 꾸중을 들었지만 저는 인형을 처분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가지게 된 인형이니까요.

혼나더라도 저는 인형이 좋습니다.

 

×월 ×일

오늘은 8번째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흑의 병사들은 이걸로 끝입니다. 내일부터는 백의 병사를 만들려 합니다.

 

×월 ×일

백의 병사를 모두 만들었습니다. 병사인형들은 이제 끝났으니 내일부터는 다른 인형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본 [체스판]에는 말의 인형도 있었지만 말은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동물보다 사람의 형태를 한 인형이 더 좋거든요.

집모양 인형도 있었지만 재미없으니까 안 만들거에요. 그리고 집모양인형은 인형도 아니잖아요? 집은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는걸요.

그러니까 말이랑 집 대신 어떤 인형을 만들면 좋을까? 왕과 왕비는 이미 있고, [승려]같은 특이한 옷을 입은 인형으로 할까?

근데 [승려]가 뭘까? 나중에 찾아보려고합니다.

 

×월 ×일

[승려]에 대해 조사해 알았습니다. [스님]이라는 높은 사람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특이한 옷과 모자를 쓰고 있었던겁니다.

책에는 [승려]는 머리를 깎아서 머리카락이 없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모르고 있어서 [승려]인형의 모자 밑을 평범한 머리로 해버렸습니다.

급하게 [승려]인형의 머리카락을 짧게 깎아봤습니다. 책에 써져있는 것처럼 깔끔한 동그란 머리모양으로 하는건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이걸로 [승려]인형이 되었습니다.

 

×월 ×일

책을 읽고 있었더니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이라는 생물이 나왔습니다. 말 인형은 뭘로 대신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지만 딱 좋으니 이걸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집모양 인형을 대신할 것도 나올지도 모르니 오늘은 종일 책을 읽었습니다.

 

×월 ×일

말의 인형, 제대로 된 체스에서는 [기사]라고 합니다.

뭐야, 그럼 처음부터 말에 탄 사람의 인형을 만들면 되는거였네. 그러고보니 영주의 성에서 본 체스 인형에도 사람이 탄 말이 하나 있었지. 타고 있지 않은 말이 더 많아서 원래는 그게 보통이라고 생각했어. 

어느쪽이든 이미 만들어버렸으니 됐어.

어쩌면 집모양 인형도 원래는 다른걸까싶어 조사해봤더니, 집이 아니라 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 아니고 살아있는 것도 아니라서 실망했습니다.

여러모로 생각해봤지만 성모양 인형은 저번에 책에 나온 외눈박이 괴물로 하기로 했습니다. 올려다봐야할만큼 커다란 괴물입니다.

양 팔을 뒤로 묶고, 양 다리도 빙글빙글 묶어놓으면 건물같이 보이잖아? 좀 더 건물처럼 보이게 계단이랑 사다리도 달자.

 

×월 ×일

체스 인형 64체. 전부 만들었습니다. 늘어놓고보니 점점 실력이 느는게 보입니다. 기뻐.

다음은 어떤 인형을 만들까.

 

×월 ×일

오늘은 모방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한 방법으로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재료를 모으는데에도 번거로웠지만 이 방법으로 한다면 그럴 일도 없습니다.

게다가 체스인형보다 훨씬 예쁘고, 훨씬 멋집니다.

이번에야말로 저 만의 인형입니다. 귀엽고 예쁜 나의 인형.

 

×월 ×일

오늘은 지금까지 만든 인형들과 놀았습니다. 그림책에 인형이랑 노는 여자아이가 나와서 저도 놀아보기로 한거예요.

그 여자아이는 아빠인형과 엄마인형, 할머니 인형, 할아버지 인형이랑 아이인형들로 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엄마아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놀아도 별로 재미없었습니다.

게다가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없었고, 옥타는 할아버지지만 내 할아버지는 아니고.

다른 놀이를 생각해볼까합니다.

 

×월 ×일

오늘은 인형들과 [악당 퇴치놀이]를 했습니다.

원 언니의 인형과 투 언니의 인형, 그리고 포와 파이브의 인형도 준비해서 나쁜 영주 인형을 쓰러뜨렸습니다. 인형이니까 노래의 힘은 못 따라했지만 모두 힘을 합쳐서 싸우는 모습은 잘 따라했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즐거웠지만 나쁜 영주 인형은 부셔져버렸습니다.

또 새로운 인형을 만들어야 해. 노는 것도 즐겁지만 역시 저는 만드는게 더 좋습니다.

 

×월 ×일

오늘은 인형들과 [티파티놀이]를 했습니다. [악당 퇴치놀이]에서는 인형을 망가뜨려버렸지만 차를 마시거나 수다를 떠는 것 뿐이라면 부셔지지 않겠지.

인형들과 얘기하는 건 즐겁습니다. 인형들은 제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줍니다. 인형들은 조금도 불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거 무슨 뜻이야?]라든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같은 말도 하지 않아요.

착하게 있었던 상으로 과자를 만들어줬습니다. 차도 타줬습니다. 보석같이 예쁜 보라색의 차입니다. 과자도 맞춰서 만들고 싶었지만 아무리해도 같은 색이 되지 않아서 녹색의 과자를 내줬습니다.

인형들에게 과자를 먹이고 차도 마시게 해줬더니 뭔가 얼굴이 더러운 색이 되어버렸습니다. 씻어봤지만 원래의 색으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상한 냄새까지 나기 시작해서 인형들을 버렸습니다.

또 새로운 인형들을 만들어야 해. [티파티놀이]는 이제 안 하기로 했습니다.

 

×월 ×일

저는 인형을 좋아하지만 가위도 좋아합니다. 자를 때 싹뚝싹뚝 울리는 소리도 사각사각 손에 전해져오는 느낌도 전부 좋아합니다. 자신의 머리를 자르고 있으면 너무 즐거워서 밥을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맙니다.

옥타의 머리를 잘라봤더니 제 머리와는 달리 딱딱하고 퍼석퍼석했습니다. 수염도 잘라보고 싶었지만 도망가버렸습니다. 사실은 [승려]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저는 가위를 좋아하는데 옥타는 아닌가봅니다. 재미있는데.

게다가 옥타는 인형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월 ×일

옥타는 특이한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모양의 신발입니다. 인형에게 신겨보고 싶었는데 옥타는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런 신발인데도 옥타는 도망가는 속도가 빠릅니다. 머리와 수염을 잘라보려고 했을 때 놀랄 정도의 속도로 도망가버렸습니다. 다른 곳을 자르려고 했을 때는 훨씬 더 빨랐습니다.

이상해. 왜 싫어하는거지? 재미있는데. 잘 모르겠어.

그러고보니 요즘 옥타와 잘 놀지 않았습니다. 옥타는 인형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저는 인형놀이가 하고 싶습니다.

인형을 좋아하지 않는 옥타는 혼자서 놀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월 ×일

오늘은 인형을 좀 더 예쁘게 못하나 종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예쁜 인형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더 예쁜 옷은 입히면 될까? 더 예쁜 옷은 어떤 옷이지? 팔랑팔랑한 장식이 붙어있는 옷? 나비리본이 붙어있는 옷?

하지만 옷으로 예뻐보이게해도 벗기면 예쁘지 않아지잖아? 그건 더 예쁜 인형이라고는 말 못하지 않아?

더 예쁜 머리모양으로 하면 될까? 더 예쁜 머리모양은 어떤 모양? 빙글빙글 파마머리? 땋은 머리? 양갈래?

하지만 더 예쁜 머리모양을 해도 짧게 자르거나 묶은 걸 풀면 예쁘지 않아지잖아? 그건 더 예쁜 인형이라고는 말 못하지 않아?

역시 이런 식으로하는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건 더 예쁜 인형입니다. 더 예쁜 옷이나 더 예쁜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 인형이 아닙니다.

하지만 더 예쁘다는게 뭘까?

 

×월 ×일

오늘은 [더 예쁘다]가 뭔지 종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어떤 인형도 예뻐보입니다. 어느 아이도 모두 똑같이 예쁩니다. 분명 그것때문에 저에게는 그냥 [예쁘다]와 [더 예쁘다]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 걸지도 모릅니다.

그럼 확실히 순서를 매기면 그냥 [예쁘다]와 [더 예쁘다]의 차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인형을 전부 [예쁜] 순서로 늘어놓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봤습니다.

 

우선 이마가 좁은 아이보다 넓은 아이가 예쁩니다. 그리고 머리가 작은 아이보다 큰 아이가 더 예쁩니다. 눈도 작거나 가는 아이보다 동그랗거나 확실히 큰 아이가 더 예쁩니다. 코와 입은 작은 편이 예쁩니다.

볼은 부풀어있는 아이가 더 예쁩니다. 팔다리도 두껍고 짧은 아이가 더 예쁩니다. 배도 평평한 아이보다 불룩하게 나와있는 아이가 더 예쁩니다.

그러니까 즉.

지금보다 머리를 더 크게하고, 이마를 넓히고, 눈을 시원스럽게 하고, 코와 입을 작게해서 볼은 빵빵하게…….

응, 알았어! 인형을 더 예쁘게 만드는 방법. 당장 내일부터 시험해보려고 합니다.

 

×월 ×일

오늘은 인형을 [더 예쁘게] 개조시켜봤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우선 머리를 크게 만드는게 힘들었습니다. 왜냐면 인형의 머리는 굉장히 딱딱하거든요. 풍선을 부풀리는 것처럼 쉽게는 안됩니다.

이마를 넓게하거나 코와 입을 작게 만드는 것도 잘 안됐습니다. 왜냐면 나무처럼 깎거나 점토처럼 둥글게해서 누르거나 하는 것처럼은 못하거든요.

한동안 이것저것 시험해봤지만 잘 안돼서 결국 인형을 한 체 망가뜨려버렸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드디어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머리 크기를 바꾸는게 어렵다면 몸의 크기를 바꿔보는건 어떨까?

팔다리의 길이를 바꾸는거라면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시도해봤더니 성공했습니다.

배를 불룩하게 만드는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침대 베개를 보고 있었더니 또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베개나 쿠션은 안을 꽉 채울수록 부풀고 폭신폭신하게 됩니다. 인형의 배에도 [솜]을 꽉 채우면 되는겁니다.

잔뜩 [솜]을 채웠더니 불룩하고 동그란 배가 되었습니다. 대성공입니다.

배를 불룩하게 만드는걸 성공했으니 똑같은 식으로 팔이나 다리에도 [솜]을 가득 채워봤습니다. 빵빵한게 귀여운 팔다리가 되었습니다. 손가락도 빵빵하게 하는게 귀여우니, 작아서 조금 어려웠지만 하나하나에 [솜]을 채웠습니다. 손바닥에도 채웠습니다.

이렇게해서 원래의 머리를 붙여봤더니 머리 크고, 팔다리나 배도 불룩한 인형이 잘 나왔습니다.

다만 제가 아직 서투른 탓에 두께나 길이가 딱 맞지 않아서 못생겼습니다.

체스 인형처럼 몇 체씩 만들어보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겁니다.

내일도 열심히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월 ×일

머리가 크고 빵빵한 인형. 점점 잘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전혀 못생기지 않았어요.

만드는 중에 [더 예쁜 인형]의 팔다리나 배는 아기와 닮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아기는 머리가 크지. 이마도 넓고, 눈이 또렷하고, 코와 입도 작아. 그렇구나. [더 예쁘다]는 건 아기처럼 보인다는 거구나. 응. 알았어.

그럼 볼을 조금 더 빵빵하게 해볼까. 아기의 볼은 그런 느낌이잖아. 아마 [솜]보다 더 부드러운 걸 채우는게 좋겠지. 뭐로 할까?

조금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월 ×일

오늘은 종일 [볼의 내용물]을 찾아봤습니다. 부드럽고 만질 때 느낌이 좋은 것.

깃털이불의 속? 쿠션의 속? 인형의 속? 과자의 속?

빵빵한 것, 폭신폭신한 것, 여러가지를 가위로 잘라서 안을 꺼내 조사해봤습니다.

깃털이불을 잘랐을 때는 작은 털들이 방 안에 날리는 바람에 실수로 빨아드려버려서 재채기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달달하고 폭신폭신한 과자를 잘랐을 때는 가위가 크림에 질척거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재채기를 하면서 질척질척한 크림을 핥아먹는 모습을 보고 옥타는 웃는 것도 같고 곤란해하는 것도 같은 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옥타가 제 머리를 씻기고 깃털이 잔뜩 붙은 옷을 갈아입혀주어서 재채기는 멈췄습니다.

하지만 볼에 넣을만한 것은 찾지 못했습니다.

아기의 볼은 뭐로 되어있는거지……?

 

×월 ×일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결국 실을 잘 풀어서 볼에 넣기로 했습니다. 이게 제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하얀 실과 빨간 실과 분홍색의 실을 정성스럽게 풀어서 부드럽게 하고, 가는 실 처럼 만들어 볼 안쪽에 채웠습니다. 꽉 누르지 않고 살짝 떠있게. 하지만 너무 비어있지도 않게.

몇 번이나 손가락으로 눌러보면서 부드러움을 확인해가면서.

며칠이나 걸렸기는 하지만 드디어 아기 같은 볼을 가진 [더 예쁜 인형]이 완성되었습니다. 불룩하게 나온 배에 빵빵한 팔다리. 귀엽고 귀여운 제 인형입니다.

하지만 저는 더더욱 예쁜 인형이 만들고 싶습니다.

더더욱 예쁜 인형은 어떤 인형이지? 안은 뭐로 되어있을까? 재료는 뭐로하면 좋을까?

더더욱 예쁘다는 건 뭘까?

다시 가만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옥타가 같이 놀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저는 바쁜걸요. 더더욱 예쁜 인형을 만들면, 더더더 예쁜 인형을 만들어지고 싶어질테니까.

다음은 어떤 인형을 만들까. 더더욱 예쁘고 많이많이 놀 수 있는 인형이 좋아.

후…… 우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