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츠세미노메구리 스텔라 특전 소책자 유즈루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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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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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츠세미노메구리 스텔라 한정세트 특전 오리지널 단편 소책자 유즈루편 번역

!) 暮れ六つ : 오후6시 쯤인데 약 2시간 범위인 유시보다는 혼각에 더 가까운 것 같아서 혼각으로 번역했습니다.

 

유즈루(1/1)

멀리서 들린 혼각을 알리는 북소리에 문득 고개를 들어올렸다. 붉은 빛으로 물든 하늘, 어디선가 들려오는 저녁매미 우는 소리. 그것들은 모두 오니의 마을에 있었을 때와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나 확실히 그 때와는 다른 것이 있다.

 

"유즈루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서자 등암문이 있는 동굴 앞에 선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수고했어."

 

자연스럽게 새어나온 웃음에 그녀 또한 미소로 답한다.

 

"배 고프다. 오늘 저녁을 뭘까-"

"야스오미가 오늘은 마을 사람들에게 가지를 잔뜩 받았다고 하셨으니, 가지요리 아닐까요?"

"그거 좋네, 가지면 미소시루에 넣어줬으면."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나란히 귀로를 걷는다. 야스오미가 같이 있을 때보다 더 느긋한 속도로.

딱히 야스오미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이노리메인 그녀와 둘만 있을 수 있을 때가 많지는 않으니,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긴 시간동안 독점ㅎ고 싶다.

옆을 걷는 그녀는 분명 그런 내 작은 어리광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왜 그러세요?"

 

순간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웃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손을 잡는다. 조금 부끄러운 듯이 움추렸던 그녀는 내 손을 마주잡았다. 그녀의 견습종자가 된 이후 곧 1년이 지난다.

처음에는 뭘 하든 곁에서 이것저것 내가 하는 일에 참견하던 야스오미도, 요즘은 어느 정도 종자의 일을 나에게 맡겨두게 되었다.

오늘도 야스오미는 의식의 동행을 나에게 맡기고 저택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저기, 저택에 돌아가기 전에 잠깐만 어디 들리지 않을래?"

 

해가 질 때까지 아직 조금 시간도 있고, 잠깐이라면 야스오미도 눈을 감아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의 얼굴을 봤지만 그녀는 시선을 내린 채로 무언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어?"

"아……죄송해요. 잠깐 다른 생각을 해서……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당황한 모습으로 얼굴을 든 그녀에게 고개를 젓고, 이어진 손을 조금 세게 바로 잡았다.

요즘 그녀는 어딘가 조금 이상하다. 내가 곁에 있어도 방금처럼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을 때가 가끔 있었다. 한번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부리는 것을보고, 그 이후로 어쩐지 무서워져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끈질기게 물어보면 대답해 줄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혹시 안 좋은 이야기라면 듣고 싶지않고…….

 

"……유즈루님. 잠시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갑작스레 다리를 멈추고 그녀가 말했다. 결심한 듯한, 그리고 조금 어두운 표정에 심장이 기분나쁜 소리를 울렸다.

그녀를 믿지 않는 건 아니다. 그녀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불안해지는건 분명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이 행복이 돌연히 부모님을 잃은 그 날처럼 느닷없이 사라져버리는게 아닌지 생각하면, 견딜 수 없을만큼 무서워진다.

 

"유즈루님."

 

그녀의 손이 내 양 손을 감싼다. 슬쩍 시선을 올리니 그녀가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유즈루님의 부모님 일인데요…… 혹시 유즈루님이 괜찮으시다면 둘이서 무덤을 만들지 않으실래요……?"

"어……"

 

생각치도 못한 제안에 순간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깐 채로 가만히 내가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덤……?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떻게든 그렇게 되묻자 그녀가 작게 끄덕였다.

 

"이즈미님……유즈루님 아버지의 뼈는 이 쪽 마을에 있지만, 타마미야님으로부터 어머니의 뼈가 오니의 마을에 있다고 들었거든요."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어머니의 무덤은 오니의 마을에 있다. 타마미야가의 무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홀로 만들어져있었다.

 

"유즈루님의 부모님은 저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분들이에요. 그러니 두 분께서 같은 무덤에 계셨으면 했는데……괜한 참견이라면 죄송해요."

 

내 손을 쥐로있는 그녀의 손이 천천이 떨어져간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며 나무들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그 바람의 방향을 눈으로 쫓자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말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에, 문득 붉은 빛으로 물든 산의 경계선이 조금 번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오니의 마을에 있었을 때의 나에게, 노을은 그저 요마를 떠올리게 하는 불쾌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만나고 추억을 쌓아가면서 그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있잖아…… 둘의 무덤을 만들면 같이 성묘 가줄거야?"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를 향해 돌아선다.

 

"……같이 가도 되나요?"

"응. 널 아버지와 어머니께 소개하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가슴에 뚫려있던 커다란 구멍을 메워준, 착하고 상냥하고 누구보다 소중한 여자아이라고.

 

"감사합니다."

 

노을에 비친 그녀의 얼굴이 기쁜 듯이 환해졌다. 그녀와 만나고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행복은 조금 무서운 것이라는 것,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해."

 

그녀를 끌어안고 살짝 그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져가는 노을을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날이 오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니도, 사람도, 이 섬도,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고, 상관없다고 계속 마음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있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 생각된다.

 

"고마워."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나온 목소리는, 막힌 듯한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녀에게는 닿았는지 부드럽게 껴안아주었다.

……옛날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어.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잃고 혼자 복수의 삶을 살았던 시절의 나에게, 이제 괜찮다고. 지금은 꿈도 희망도 가지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 괴로울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영원한게 아니야. 

 

"슬슬 돌아가자. 너무 늦으면 야스오미에게 혼날거야."

"네."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슬픔도, 원수를 증오하던 마음도 분명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언젠간 분명 올 것이다.


저택 근처까지 돌아오자 어두워진 길 앞에 덩그러니 제등의 빛이 떠있는 것이 보였다.

 

"야스오미다."

 

문 앞에 선 형상에 크게 손을 흔들었다.

저택에서 퍼지는 저녁식사 냄새, "어서와"하고 맞아주는 사람들,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져있는 손. 평범하지만 평온하고 따듯한 이 행복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낼 수 있기를.

옆에서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몰래 속으로 소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