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 에닉스 공식 사이트에 공개되었던 드래그 온 드라군3 캐릭터 단편소설 번역입니다.
STORY2 파이브 : My Favorite Things (1/1)
이 세계는 내가 갖고 싶은 것과 엄청나게 갖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져있다.
뭐 이런 말은 투 언니를 따라한 것 뿐이지만요.
"이 세계는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엄청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져있어."
언제였더라. 투 언니가 그런 말을 했었지.
그렇다면 나에게는 이 세계가 뭐로 만들어져있는걸까? 나는 투 언니만큼 상냥하지 않으니까,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럼. 싫어하는거라면 얼마든지 있어. 맛없는 음식, 예쁘지 않은 옷, 지루한 말만 늘어놓는 사람들.
하지만 싫어한다고해서 갖고 싶지 않은 건 아니야. 맛있지 않은 음식도 그냥 요리법이 틀린 것 뿐일 수도 있잖아? 투 언니만봐도 샌드웜의 위를 삶아서 감탄할만큼 맛있는 스프를 만들어주셨는걸. 소금에 절이고, 건조시키고, 며칠이나 삶아서……어쨌든 굉장히 손이 많이 갔다고하셨어.
예쁘지 않은 옷도 악세사리를 많이 달아보면 의외로 어울릴지도 모르고, 지루한 말한 하는 사람들도 부하로서는 쓸만할지도 몰라.
일단 내 것으로 만들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지않으면 모르는거야. 그렇지않아?
그러니까 이 세계에는 내가 가지고싶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아닐까. 있다고한다면 조금만 원하든지, 엄청나게 원하든지, 그런 차이밖에 없어.
엄청나게 갖고 싶은 것은 당연히 예쁜 장신구와 옷와 구두. 장신구는 은보다 금이 좋아. 거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한가득 달려있지. 호두알 크기의 사파이어에 작은 아쿠아마린과 다이아를 흩뿌려놓은 브로치나, 에메랄드를 채워넣은 금으로된 목걸이같은거.
옷은 레이스가 달린게 좋아. 전체가 레이스도 된 로브같은 건 두른 것 만으로 기절해버릴 정도로 좋아!
물론 레이스로 된 카라나 손수건도 엄청 좋아해.
레이스는 엮을 때 번거롭고 시간도 걸린대. 테두리 장식의 레이스를 아주 조금 쓴 것 만으로 가격이 놀랄만큼 뛴다고, 포 언니가 그랬던걸.
"이 옷 한 벌 살 돈이 있으면 가난한 한 가족이 몇날며칠이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그걸 알고서도 사치 부리고 싶어?"
포 언니는 항상 맞는 말만하셔. 그러니까 난 이렇게 대답했지.
"네. 언니의 말씀대로예요. 이 드레스는 처분하도록할게요."
어차피 그 테두리 장식의 레이스 드레스는 이미 질렸으니까요.
그것보다 지금은 리본이 잔뜩 붙어있는 드레스가 마음에 들어. 얇고 섬세한 실크를 나비모양으로 엮어 겹겹이 쌓은 리본. 그게 소매에도 몸판에도 한가득해! 사랑스럽지? 리본과 같은 색의 장식용 띠를 조금 세게 묶어서 내 발육 좋은 가슴을 강조시키면, 황홀할 정도로 멋지지 않나요?
분명 이 리본드레스도 고가일거예요. 가난한 일가가 며칠정도 밥을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차려입는걸 관둔다고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냐고하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 의상실에 있는 드레스는 돈을 내고 산 것도 아니고, 전주인들을 죽이니 내 것이 된 것 뿐이에요.
국민들에게 돈을 착취해서 낭비한건 내가 아니라 전의 영주인걸요.
그것보다 오늘은 뭘 입을까. 리본 드레스? 이 다마스크무늬의 드레스도 제쳐두기 아까워. 금실과 은실로 수놓은 문양. 내 머리카락이 한층 더 예뻐보이게 하는걸. 아니면 소매와 옷자락에 흑단비모피를 덧댄 드레스가 좋을까. 아니면…….
"으음? 파이브. 벌써…… 일어났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 사도의 것. 귀엽고 귀여운 하인. 이 아이도 내 마음에 드는 것. 그건 그렇고 어쩜 저렇게 졸린듯한 목소리인걸까.
"디토는 좀 더 자고있으렴."
어린아이는 잠을 푹 자야해. 안 그래도 디토는 밤을 자주 새니까.
"파이브가 계속 부스럭거리잖아."
"어머, 미안해."
"됐어."
크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펴는 모습도 사랑스러워. 저, 이 아이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인형같이 예쁜 얼굴인걸요.
아. 쓰리언니가 만드는 병대인형이 아니에요. 좀 더 평범하고 멀쩡한 귀여운 여자아이 인형을 말하는거예요.
아니, 인형보다 디토가 훨씬 더 예뻐. 피부는 눈같이 하얗고 부드러운데다 두 개의 눈동자는 빛나는 별같아. 조금 헝크러진 솜털같이 폭신한 머리카락은 계속 만지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디토는 가장 좋아하는…… 가장 마음에 든 장난감.
"또 드레스 고르는거야? 아침부터? 파이브도 특이하다니까."
약간 독설가인 부분도 좋아해.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가 이런 건방진 말을한다는 건 의외성이 있어서 즐거워. 남녀관계에 있어서 의외성은 중요하잖아요. 침대 안과 밖에서는 다른 얼굴을 해야지.
뭐 그건 그렇고.
"하루가 너무 짧잖아.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야지."
"그야 매일 세네번씩 갈아입고 있으니 시간도 부족하겠지. 밤까지 똑같은 옷을 입으면 되는걸."
"그러면 안돼! 드레스가 이렇게 많은데 하루에 한 벌씩이라니!"
달리 입을게 없든지, 여행에 갔다든지 그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하루종일 같은 모습으로 있응건 상상조차 못해!
"있잖아 디토. 어떤 드레스가 좋을 것 같아?"
리본이 잔뜩 달려있는 드레스랑 금은실의 드레스, 모비 장식의 드레스. 늘어놓고 보여줘도 디토는 하품만 하고 있을 뿐.
"파이브가 좋아하는 걸로 고르면 되잖아?"
관심없다는 말투네. 지루하다는 표정을하고. 모처럼 귀여운 얼굴이 아깝게됐어.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는걸까. 아아 알았다!
"혹시 드레스는 벗길때 번거로워서 싫어해?"
"아니, 그건……."
"아무것도 안 입는게 편하다고 돌려말한거잖아?"
"그런게 아니라……."
"난 옷 입고 해도 되는데?"
"그런거아냐!"
"내가 위에서 하면 되는걸. 아니면, 서서 뒤로할래?"
"그-러-니-까-!"
"지금 사양하는거야? 유혹하는거야?"
사양하고 있는걸지도 몰라. 디토는 사도니까. 사도는 우타히메의 노예고 우타히메의 말에는 거역하지 못해. 그저 우타히메를 받드는 존재. 낮에도, 밤에도.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
"드레스! 어떤 드레스가 좋냐는 얘기하고 있었지?!"
어머 디토도 참. 새빨게진 얼굴을하고. 부끄러운걸까. 귀여워. 꽉 안아서 쓰러뜨리고 싶을 정도로.
"저거! 저 가운데에 있는게 좋아! 번쩍번쩍한거!"
"이제 드레스는 됐어. 그것보다 디토……."
"아-, 그럼, 다른거! 저 자수가 한가득 들어간 드레스! 파란 꽃모양! 저거 아직 입은 적 없지?!"
푸른 꽃모양의 조금 특이한 자수. 맞아 듣고보니 그 드레스 아직 입어본 적이 없었어.
"파이브는 여기있어! 드레스는 내가 가져올테니까!"
내 팔 안에서 스르륵빠져나가는 모습은 꼭 고양이 같아. 그렇게 급하게 침대에서 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난 드레스를 가지러가는게 느리다든지 겨우 그런 일로 화를 내는 주인이 아닌걸.
의상실에서 한숨소리가 들린 듯 했지만 기분탓이겠지. 디토가 나에게있어 더할 나위 없는 사도인 것처럼 디토에게도 나는 더할 나위 없는 우타히메니까.
디토가 정중하게 들고 온 푸른 드레스를 펼쳐서 거울 앞에 섰다. 광택있는 소재에 섬세한 자수, 몸에 딱 맞게 마감처리된 이국풍의 옷.
응. 이것도 멋져. 옷자락 양 옆을 크게 잘라놓아 걸을 때마다 다리가 보이는 대담한 드레스. 분명 포 언니는 좋아하지 않을거야. 품위없는 차림 하지말라고 한 마디 들을 것 같아.
"이 드레스도 멋지네. 다른게 멋지지 않다는건 아니지만. 곤란해."
리본 드레스랑 다마스크 문양의 드레스, 모피 장식의 드레스. 이 세 벌도 그냥 두긴 어려운데 거기에 푸른 꽃문양의 자수 드레스까지 추가되니 못 고르겠어. 어쩌지?
"차라리 몸이 세 개나 네 개는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전부 한번에 입을 수 있을텐데!"
"몸이 셋이나 네 개?!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당연하지."
"……악몽이야."
디토도 참. 이 세계의 종말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무슨 상상을 하는걸까?
"난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몸을 세 개로 만드는 마법이 있는지 원 언니에게 물어보자."
원 언니는 항상 교회 지하에 있는 서고에서 어려운 책만 읽고 계시니까 어쩌면 그런 마법도 알고 계실지 몰라.
"몸이 세 개 있으면 어떤 드레스를 고를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지고, 맛있는 것도 세 배는 먹을 수 있잖아?"
"지금도 남들의 세 배는 먹잖아?"
"그렇지 않아."
확실히 내가 많이 먹는편이기는 해. 그야 공복감은 좋아할 수가 없는걸. 어쩐지 외로운 느낌이 드는 걸. 그게 싫어서 배가 고파지기 전에 뭔가 먹고 싶어져.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의 세 배까지는 아닌 것 같아. 그런데 디토는 짓굳어보이는 웃음을 띄우고 있을 뿐. 아아 그래도 저 장난끼있는 표정도 굉장히 좋아.
"요리사가 오늘 저녁은 고기랑 생선 어느 쪽이 좋냐고 물어보면 꼭 둘 다라고하면서."
"디토. 그건 세 배가 아니라 두 배야."
그리고 어느 걸로 하냐고 묻는 건 양 쪽 다 준비 가능하다는 뜻이잖아. 그게 아니면 그런식의 질문은 하지 않으니까. 그럼 양 쪽 다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야?
"하지만 만약 구운 고기랑 삶은 고기랑 고기찜 중에 뭐로 고를거냐고 물어봐도 전부라고 대답할거지?"
"그렇지. 그런 질문이라면."
"그럼 구운 생선이랑 생선찜이랑 생선튀김 중에 뭐로 고를거냐고 질문받으면?"
"전부,로할까? 어머, 갑자기 배 고파졌어. 아침밥은 아직 안 나왔나?"
"파이브는 고작 남들의 세 배 수준이아냐."
하지만 그건 내 식욕 탓이 아니야. 맛있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것까지 먹고 싶다고는 하지 않잖아.
그렇네. 만약 눈 앞에 없다고해도 어딘가에 있다고 알고 있다면 세계의 끝까지 찾아가기는하겠지.
그래. 맛있는 걸 찾으러 가는건 엄청 좋아해. 나쁜 사람을 쓰러뜨리러가거나, 마물 퇴치에 나선다거나, 그런 여행보다 훨씬 즐겁고 두근거려.
"봄이 기다려져. 그럼 또 맛있는 음식을 찾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텐데."
"몬스터를 찾는 여행이겠지."
"어머, 투 언니에게 걸리면 어떤 짐승이든 특별한 진수성찬으로 바뀌어."
"몬스터 부분은 부정안하는거야?"
"그건 사실인걸. 하지만 고블린의 뇌수로 맛있는 파테를 만드는건 투 언니밖에 못 할거야. 마비도마뱀으로 묵을 만든다든지, 여섯눈메기의 오일 마리네이드 같은 건 다른데에선 절대 못 먹고."
"뭐, 맛있기는하지."
"그치?"
"목숨걸고 먹는 요리가 널린 것도 아니고. 물론 난 사양하고 싶지만."
하여간 디토는 어쩜 저런 건방진 얼굴을 하는 걸까. 너무 매력적이야. 그거. 어깨를 움추리는 모습도. 나쁜 아이네. 나를 이런 기분으로 만들다니.
"음- 파이브?"
저런 당황한 표정도 좋아. 곤란해하는 표정도 좋아. 좀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져.
"뭔가 위험한거 생각하는건 아니지?"
"위험한 생각같은건 안하는데."
조금 겁먹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몸짓은 겁먹은 아기토끼같아. 그러고보니 아기토끼 고기도 맛있었지. 살짝 녹을때까지 몇 시간이고 푹 끓여서 달콤한 과일 소스를 곁들였었지.
"아, 아침밥은? 배, 배고프다고했지?"
"응. 이제 먹으려고."
"파이브. 기다……."
"싫어. 못 기다리는거 알잖아?"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디토의 의견은 전부 각하. 지금은 그런 말을 듣고 있을때가 아니야. 아아, 못 참겠어. 나의 귀여운 사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토끼. 오늘은 어디부터 먹을까?
"왜 아침부터 이렇게되는거야……?"
"그건 분명 디토가 졸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래."
"말이랑 행동이 안 맞는데?"
"그치만 내 커다란 가슴에 묻혀서 자는거 좋아하잖아."
들려오는 가쁜 숨도 귀여워. 새어나온 것 맞지? 한숨이 아니라.
이렇게나 많은 걸 시험해보고 있는 걸. 불만은 봐주지 못해. 난 내가 즐기기 위해서도, 상대를 즐기게하기 위해서도 노력과 연구에 힘쓰고 있단 말이야.
부족하다고 불만을 내뱉기 전에 먼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책으로 조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물론 상대를 여러 번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어쩌면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는게 아니라 잘 안 맞았던 걸 수도 있잖아?
다행히도 상대를 고르는데에는 문제 없어. 남자든 여자든 내 마음대로. 하룻밤에 몇 명이든.
응.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해.
물론 상성이라는게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 이렇다할 상대는 쉽게 만날 수 없어.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아. 원래라면 이런 것보다 훨씬 좋을테니까.
"아, 안돼, 아직……!"
이런. 나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네. 미안해, 디토. 어머. 한숨 쉴 것까진 없는데. 나는 조금도 신경안쓰니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디토. 그런 표정은 하지 말아줘."
다시하면 되는거잖아. 몇번이든. 그렇지?
"파이브는 물욕이랑 식욕은 타인의 세 배지만 성욕은 30배 정도는 하는 거 아냐?"
"어머, 칭찬해줘서 고마워."
"……칭찬한거 아닌데."
"착한 아이구나. 상을 줄게. 어디에 해줄까?"
"그건 상이 아니라 벌인 것 같은데."
"응? 디토는 그게 더 좋아?"
몰랐어.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거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관심없다는 표정 하고 있던 적이 많았던건가봐. 빨리 알려줬으면 좋았을텐데. 난 노력과 연구에 힘쓰는 편이지만, 쓸데없이 돌아가는 길은 피하는게 더 현명한거잖아?
그게 아니라도 이 세계에는 내가 갖고 싶어하는 것만 널려있는걸. 시간이 넘칠만큼 있어도 부족해.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 몇 번씩 갈아입고 더더욱 맛보고 싶어. 자는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야.
"파이브는 왜 그렇게 탐욕스러운거야?"
"탐욕스러워? 내가?"
그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건 스스로의 힘을 실감하고 싶어서 그런거 아닐까.
무언가를 손에 넣는 순간이라는건 한번에 가버릴 정도로 행복한 걸. 우월감이나 만능감 같은게 한번에 몸 속에서부터 넘치는 것 같은 느낌. 아아 나는 원하는 걸 가질 힘이 있구나하고.
만약 나에게 그런 힘이 없었다면 뭔가를 가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손에 넣지 못하는데 갖고 싶다고 원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고…… 슬픈 일이잖아.
응. 얼마나 원하든 절대로 손에 들어오지 않는 걸 원한다니.
그래. 하지만…….
나에게도 그런게 있다면?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은 것. 상상도 못 하겠지만 하나 쯤은 있을지도 모르겠어.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한 작고 작은 무언가. 원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사소한 것.
대체 그게 뭘까?
음식은 아니야. 보석이나 드레스도 아니겠지. 양 쪽 모두 마음만 먹으면 손에 들어오니까.
그럼 사람일까? 하인이나 시녀는 많은데. 나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면서 싸울 병사들도 있어. 남자? 말 그대로 수없이 있지. 내가 권하는 걸 거절할 남자따윈 세계 전체를 뒤져봐도 없어. 그렇네. 친부라도 되지 않는 한은. 친부? 아버님……?
"파이브, 왜 그래?"
"아……."
사라져버렸어. 무언가가 떠오를 것 같았는데.
"별일이네. 파이브가 침대에서 멍하니 있다니."
"너무하네. 나도 고민거리 하나쯤있어."
"화났어?"
"아니."
머리 속에서 떨쳐져서 오히려 좋은 걸지도 몰라. 한 순간에 떠오르려다가 사라져버린…… 실루엣.
기억하고 있을리가 없지.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고 바로 돌아가셨으니까. 억지로 떠올려보려고 하는건 솔직히 시간낭비야.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도 이제 끝. 손에 넣지 못할 것이라니, 아무래도 좋아. 내 마음에 드는 것만 생각하고 싶어. 사파이어 브로치, 에메랄드와 금으로 만든 목걸이, 리본 드레스, 자수 드레스. 레이스로 된 로브와 숄이랑 탈착 카라.
"그럼 계속할까?"
그리고 내 귀여운 하인.
"뭐?! 또?!"
"농담이야."
배가 고파졌어. 이번엔 진짜로 식사해야지. 갈색빛으로 구워진 빵에 반숙 계란을 얹은 것어서, 생선훈제에 야채 초절임. 벌꿀에 절인 말린 과일도. 맞아, 그 전에 오늘 입을 옷을 골라야지. 그러고보니 소매에 긴 천을 단 드레스도 있었지. 새빨간 모직 드레스도.
아아 어쩜 이렇게 행복할까! 저는 행복해요. 갖고 싶은 것과 엄청나게 갖고 싶은 것. ……이것 외의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그렇죠? 저, 어딘가 잘못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