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크 루미나라이즈 코에이 공식샵 GAMECITY 한정 세트 특전 소책자 『우리를 만든 과거』 제노편 번역
XENO : 힘의 원천(1/1)
익숙한 기름 냄새와 기분 좋게 울리는 금속음. 나는 그 날, 어릴 적부터 드나들던 이 공방에서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는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 이번엔 그걸 만드는거야, 제노?"
"응!"
"어디 보자. ――다들 잠깐 와봐, 제노의 신작이다."
공방장의 부름에 어른들이 모여든다. 나의 일과는 여기서 일하는 실력 좋은 기술자들을 돕는 것이었다.
"회전목마네……. 14살에 이걸 만든다면 대단하지만, 쉽지않을텐데?"
"하지만 나, 해보고 싶어. 남동생들이 기대하고 있으니까."
"하하, 꼬마들에게 부탁받았다면 어쩔 수 없지."
공방장이 웃으니 다들 긍정했다. 우리 집은 롱하우스처럼 되어있어서, 아빠와 엄마, 누나와 남동생 외에 친척도 같이 살고 있다. 나 말고도 아이가 많으니 매일이 축제같이 떠들썩하다.
"오늘은 들어가도 돼, 제노. 수고했어."
"응! 수고하셨어요!"
나는 짐을 정리하고 튀는 듯이 공방에서 달려나갔다. 밖은 맑게 갠 겨울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작게 흥얼거리며, 여느 때와 같은 귀가로를 걷는다. 그러자 집 근처까지 왔을 때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응……?"
의아함에 주변을 둘러보자 나를 발견한 이웃사람들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들어보니 우리 집 뒷편의 연구소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고한다. 다급히 집에 돌아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물을 뿌려야해." "소방관에 연락해."하며 소란스러운 어른들 너머로 새까만 연기가 오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
뿜어오르는 불기둥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폭발의 불똥을 맞아 타고 있는 것은, 우리 집이었다.
"――앗, 제노!!"
"누나, 형!"
인파를 빠져나와 달려온 것은 누나와 사촌인 카인형이었다. 무사한 둘을 보고 안심한 것도 한 순간, 누나가 눈물을 그렁거리며 당황하고 있었다.
"어, 어떡해, 제노……! 아직 루카랑 니콜라이가 안에 있어…… 마당에 있다고 착각해서, 그대로……!"
어린 동생과 친척동생이 남아있다―― 누나의 그 말에 몸의 떨림이 멈췄다.
동생들이 항상 놀고 있는 곳은 2층 동쪽에 있는 어린이방이었다. 그곳은 구조적으로 불길이 빠르다. 사람을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당장 집에 들어가는 것이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이다.
"진정해, 누나. 내가 구하러갈게."
"뭐……!?"
누나와 형이 새파랗게 질리자, 주변의 어른들도 동시에 머뭇거렸다. "아무리 제노라도 그건……"하고 걱정하는 그들에게,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괜찮아. ――분명 할 수 있어."
"제노……!"
그건 신기한 직감이었다. 불안이나 공포심이 사라지고 자신이 해야할 일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누나는 옆집에서 커튼 좀 빌려와줘. 난연성 커튼이여야해."
"으, 응. 알았어."
"카인형은 맞은편 시몬씨가 만들던 트램폴린 매트릭스를 빌려와줘. 그걸 2층 반대편 창문 밑에 놓아줬으면 해."
"어……어. 좋아. 맡겨줘."
나는 지시를 끝낸 후에 상의를 벗고 긴급용으로 비축되어있던 물을 뒤집어썼다. 둘이 돌아오자 나는 커튼을 몸에 두르고 불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윽."
불은 상상 이상으로 퍼져 있었다. 공기의 흐름을 생각해 입을 막고 몸을 낮춰 걷는다.
2층의 어린이방에 도착하자 동생들은 점점 다가오는 불길에 겁을 먹고 울부짖고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았다고 안심하면서 창문 밑의 매트릭스를 확인 후 둘을 던졌다.
――그 직후였다.
쿵, 하는 충격음과 함께 집이 흔들렸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나를 노리고, 천장에서 화염에 휩싸인 조명이 떨어진다.
"큭……!"
머리에 직격은 피했지만 볼에 베인 듯한 뜨거운 통증이 일었다. 동시에 1층 창고에 있던 염료를 떠올리고 정신이 돌아왔다. 불꽃에 인화된 그것들이 폭발을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집은 이미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불길한 소리를 내며 삐걱거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흔들림이 안정된 타이밍에 맞춰 창문으로 뛰어내린다.
"형아……!"
트램폴린의 튕김이 잦아들자 동생들이 달려들었다. 상처하나 없이, 나에게 매달려 크게 울고 있었다.
"아아…… 루카도 니콜라이도 무사하구나. 정말 다행이다……"
둘을 꽉 껴안자 마음 깊이 안심감이 퍼졌다. 나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었구나――.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연구소의 폭발은 건조한 공기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내가 마지막에 입어버린 화상은 이웃분께서 잘 듣는 약으로 조치해주신 덕에 순조롭게 회복되어갔다. 흉터는 남는다고 하지만, 가족이 무사하다고 생각하면 조금도 신경쓰이지 않는다.
임시거처에서의 생활도 적응되어, 천천히 일상이 돌아왔다. 내가 그 날 설계도에 그린 회전목마도 완성되어, 어린이들도 신나게 놀고있다.
……그런데 왜인지 동생들만은, 기운이 없는 채였다.
"루카, 왜 그래?"
"……미안해. 형."
"응? 뭐가?"
"볼에 상처……"
울 듯한 목소리로 하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루카는 내 얼굴에 상처가 생긴 것을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사과할 필요 없어, 루카. 나는 오히려 기쁘니까."
"기뻐? ……왜?"
"이 상처는 너희를 지켰다는 증거야. 소중하고 소중한, 내 가족을."
"형……."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자 동생은 그제서야 웃어보였다. 그것만으로 마음에 힘이 흘러넘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응. 역시 나는, 모두의 미소가 정말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