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s Style 2015/11 부록소책자 검이 너 SS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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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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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걸즈스타일 Girl's Style 2015년 11월 부록 오토메계열 SS 모음 소책자-소설 Girl's style 켄키미 번역

의역있음

 

지금은 폐간되어버린 걸즈스타일...

옛날 잡지들은 드라마cd나 게임 데모버전 같은 것도 들어있었고 좋았는데, 요즘은 ss한두개 있을까 말까한거 아니면 볼 것도 없어서 아쉽다.... 

 

 

검이 너 for V : 중양절(1/1)

가게의 음식 구성도 완전히 가을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도 나는 가게에 나와 분주하게 아버지를 돕고 있었다. 이제 곧 중양…… 국화의 명절이 돌아온다. 가게에서도 기분을 내는 의미로 잔에 국화꽃잎을 한 잎 얹어서 내놓고 있다. 술을 즐기는 손님들에게는 이 국화주가 평판이 좋다.

 

취객들의 웃음소리 너머에서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서오세요!"

 

손을 움직이며 뒤를 돌자, 거기에는 상기된 얼굴의 익숙한 무사님이 한 명.

 

"에니시씨!"

"여어, 공주님. 국화주 한 잔 줄래…… 응? 뭔가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나는 것 같은……"

 

살짝 취해있는 에니시씨가 안쪽의 자리를 들여다보자, 내가 안내하기도 전에 츠즈라마루씨가 눈치를 채고 손을 들었다.

 

"오오, 에니시잖아! 이 쪽에 오지 않을래?"

"뭐야, 다섯명 전부 모여서 연회라니, 또 여행이라도 하려는거야?"

 

에니시씨는 웃으며 그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모인건 그냥 우연이다."

"우연이라고? 하여간 별의 별 우연이 다있네."

 

근처에 자리를 잡은 에니시씨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케이에게 말을 걸며 탁자 위의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빠르게 국화주를 준비하고 있자 때마침 아버지께서 여섯개의 그릇이 올려진 쟁반을 넘겨주셨다.

 

"기다리셨습니다."

"아, 왔다왔다!"

 

안쪽의 자리부터 순서대로 사쿄씨, 쿠로바네씨, 스즈카게씨, 츠즈라마루씨의 앞에 이제 막 구워진 밤밥을 나누어주자 감탄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사실은 이 밤, 저번에 쿠로바네씨가 가져다 주신거에요. 그러니 가을이 지나기전에 드시러오시라고, 권유했어요."

"그런거였구나……오오, 달달하고 좋은 냄새군!"

 

반지르르한 윤기에 연기가 나는 밥 안에 잔뜩 들어있는 밤을 보고, 츠즈라마루씨가 눈을 빛냈다.

 

"식욕을 돋구는군요. 대접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쿄씨가 아름다운 몸짓으로 젓가락을 집어들고 손을 맞대었다. 그 대각선 맞은편에 앉은 쿠로바네씨가 말을 걸어왔다.

 

"나 혼자서는, 이런 만족스러운 방식으로는 먹지못했을거다. 감사하지."

"저야말로…… 기뻐해주셔서 다행이에요."

 

분발해서 준비한 가치가 있었다. 나는 안심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있잖아. 근데 왜 오늘은 국화를 쓴 요리가 많은거야?"

 

밤밥을 먹으며 스즈카게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 옆에서 사쿄씨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한 박자 쉬었다가 입을 열었다. 

 

"오는 9월 9일은 9가 겹쳐서 중구날…… 숫자가 장구長久와 연결된다는 설을 믿고, 장수를 기원하는 날이에요."

"그래서 수명연장의 효과가 있다는 국화를 먹는다는거야?"

"맞아요. 역시 의료의 길을 걷는 스즈카게는 박식하네요."

 

국화는 식용외에도, 말려서 약으로 쓰거나 베개로 만들어보 효과가 있다고 들었다. 그렇기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은 많이 먹어줬으면 한다.

 

"음식이 더 필요하신분은 사양말고 말씀해주세요!"

"오오! 면목없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릇을 비운 츠즈라마루씨가 이어서 국화절임에 손을 뻗었다. 그 먹는 모습을 기쁘게 느끼며, 이제서야 에니시씨에게 국화주를 대접하기 위해 술병을 들었다.

 

"오래기다리셨습니다. ……국화 꽃잎 조금 더 넣어드렸어요."

"음……캬아. 향도 좋고 아가씨가 따라주니 한 입만으로 수년은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아."

 

휙휙 잔을 재촉하는 에니시씨의 옆에서 스즈카게씨가 한마디한다.

 

"하지만 술은 적당히 마셔야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모일 수 있었으면하니까."

 

스즈카게씨의 말은 의사인 것도 있어서 묘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그것을 가만히 듣고있던 쿠로바네씨도 조용히 대화를 이었다.

 

"앞으로,인가.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까지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군."

 

느긋하게 이어지는 말에 자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각자 아직 보지못한 장래에 대해 떠올리기 시작한 것 같았다.

 

"이야~. 어떤 아름다운 아가씨가 생애를 같이 살아줄지 상상하면 갑자기 기대 되는거 있지."

 

기분 좋은 듯이 즐겁게 얘기하는 에니시씨를 보고 케이씨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바보같아. 현재를 필사적으로 살아남은 앞에 미래가 있다. 그거면 충분해. 뭐, 참을성있게 지켜봐줄 반려라면 옆에 둬줘도 되지만."

 

던지는 듯한 말투에 옆에있던 츠즈라마루가 그렇군.하고 반응했다.

 

"그건 좋네. 나도 마땅한 사람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면 행복할거라 생각해."

 

반짝반짝한 눈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평소와는 다른 일면을 본 것같은, 조금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슬쩍 탁자를 정리하자 나를 신경쓰는 듯 사쿄씨가 접시를 이 쪽으로 내줬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반려와 의지하는건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만, 둘 중 하나가 너무 인내심을 발휘해서 마음앓게 되는건 피하고 싶네요."

 

문득 눈이 맞아 어쩐지 민망해졌다. 나는 허둥지둥 술병에 손을 뻗어 에니시씨의 빈 잔에 남은 술을 따랐다.

 

"단 한명의 흔들림 없는 존재……그를 위해 살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

"어……?"

 

평소와 같은 느낌의 목소리였는데도 술에 떠있는 국화잎을 바라보는 에니시씨의 눈동자가 불안에 흔들리는 것 같아서, 어쩐지 눈을 피할 수 없었다.

 

"하여간- 에니시도 그런 표정하지마. 괜찮아, 즐거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 그치? 그렇게 생각하지?"

 

스즈카게씨가 그렇게 물어오기에 나는 틈을 주지 않고 답한다.

 

"네. 여러분 굉장히 멋진분들이니 분명 좋은 사람과 만날 수 있을거에요!"

 

밝게 말하자 어쩐지 모두의 시선에 나에게 모였다. 뭔가 안 좋은 말이라도 해버린 것일까.

 

"으음……저, 저기! 후식으로 감양갱이 있으니 가져올게요."

"아니, 감양갱은 나중에 먹어도 돼. ……그러니까 너도 앉아."

"네?"

"그래. 아가씨가 상상하고 있는 장래를 나도 들어보고 싶군."

"그게……"

 

케이씨와 츠즈라마루씨의 거절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에, 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것이 실례인 것도 사실이니,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이후의 인생에 대해 사고를 굴리기로 했다.

 

"……그렇네요.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어떤 평범한 나날이라고 해도 방자해지지 않고 기품있게.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지낼 수 있다면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인생이라고 돌아볼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역시 미소로 마주하는 일이 끊이지 않도록 지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새기려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 펼쳐진 그들의 미소가, 앞으로도 부디 변하지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