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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에닉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되었던 '드래그 온 드라군3'의 캐릭터 단편소설 번역입니다.

총 15페이지로, 이 글에서는 6페이지까지의 내용이 번역되어있습니다.

최대한 직역으로 하려했지만 문장이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풀어서쓰거나 의역했습니다.

◆후편

 

STORY6 디토 : 추악한 이 세계 (1/2)

거센 파도소리가 들린다. 얼굴이 찌푸려질법한 물비린내. 바다의 나라에서는 어디를 가든 이게 따라온다. 잠을 잘 때만 제외하고.

또 아침이 왔구나, 멍하니 생각한다. 아침같은 건 안 왔으면 좋을텐데. 아침이 오지 않으면 지긋지긋한 하루가 시작하지도 않을거고, 더더욱 지겨운 밤이 오지도 않겠지.

아아, 하지만 아침이 오지 않는다는건 밤이 지속된다는거구나. 그것도 싫다. 밤은 싫다. 왜냐면 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나쁜 그것이 머리에 떠올라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이런. 실수를 깨달았을때는 이미 늦었다.

 

"디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나쁜 그것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자는체하려고 했는데. 둔한주제에 이럴 때만 바로 눈치챈다니까. 이……. 육돈녀는.

 

"으음? 파이브. 벌써…… 일어났어?"

 

이제 막 눈을 뜬 것처럼 졸린 눈을 비벼보였다. 사실은 더 전에 일어났는데.

 

"디토는 좀 더 자고있으렴."

 

아- 할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매일 밤마다 저 커다란 당고에 눌려찌그러지고 있으면 두번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고 싶은 기분이 들어버리니까. 

 

"파이브가 계속 부스럭거리잖아."

 

자는 사이에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푹 잘수있을리가 없잖아. 뭐 잘때든 깨어있든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건 변함없기는하지만.

 

"어머, 미안해."

"됐어."

 

어차피 조금도 미안하다고 생각 안하잖아? 넌 항상 말로만 그렇지. 허울좋은 말을 늘어놔서 그럴 듯하게 꾸미고, 치렁치렁 화려하게 차려입지.

 

"또 드레스 고르는거야? 아침부터? 파이브도 특이하다니까."

"하루가 너무 짧잖아.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야지."

"그야 매일 세네번씩 갈아입고 있으니 시간도 부족하겠지. 밤까지 똑같은 옷을 입으면 되는걸."

 

아무리 꾸며봤자 내면까지 바뀔리가 없잖아? 그래봤자 안쪽은 비계만 많은 고깃덩어리. 제아무리 리본이나 레이스같은 걸 붙여도 결국 돼지는 돼지잖아?

 

"그러면 안돼! 드레스가 이렇게 많은데 하루에 한 벌씩이라니!"

 

이렇게 많은 드레스가 있는데 단 한 벌도 안 어울린다니 비극이지. 아니아니, 희극?

 

"있잖아 디토. 어떤 드레스가 좋을 것 같아?"

"파이브가 좋아하는 걸로 고르면 되잖아?"

 

어차피 안 어울리니까. 층층히 겹쳐만든 옷은 오히려 살집이 더 쳐져보인다는거 알기나할까? 게다가 그런 두꺼운 재질의 천은 원래보다 세배는 살쪄보이는데?

애당초 네가 좋아하는 레이스 달린 옷. 그게 제일 안 어울려. 안 어울린다기보다 고깃덩이를 망으로 말아놓은걸로보여. 하여간 악취미. 아니, 우스꽝스러워.

 

"혹시 드레스는 벗길때 번거로워서 싫어해?"

 

아냐! 역겨워! 만지지마!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식의 발언은 내 우타히메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쯤 알고 있다. 아무리그래도 사도인 이상, 주인이신 우타히메님의 마음은 존중해야해.

 

"아니, 그건……."

 

이 쪽이 네 취향이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말을 흐리는 남자아이같은게.

 

"아무것도 안 입는게 편하다고 돌려말한거잖아?"

"그런게 아니라……."

 

그런 말 안했어! 할리가 없잖아!

 

"난 옷 입고 해도 되는데?"

"그런거아냐!"

 

옷을 입든 벗든 육돈녀의 상대는 하고 싶지 않다고!

 

"내가 위에서 하면 되는걸. 아니면, 서서 뒤로할래?"

"그-러-니-까-!"

 

안하고 싶다고 하잖아! 위든 아래든 관계없다고!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

 

한 적 없어! 마음 깊은 곳에서 거절하고 있는거라고!

……라고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한다. 난 우타히메를 받드는 사도니까.

 

"드레스! 어떤 드레스가 좋냐는 얘기하고 있었지?!"

 

새빨간 얼굴로, 당황한 모습으로. 허둥대는 움직임으로 드레스를 가리키며. 덤으로 목소리 톤도 조금 높여서.

이런걸 좋아한다니 제정신아냐. 아줌마.

 

"저거! 저 가운데에 있는게 좋아! 번쩍번쩍한거!"

"이제 드레스는 됐어. 그것보다 디토……."

"아-, 그럼, 다른거! 저 자수가 한가득 들어간 드레스! 파란 꽃모양! 저거 아직 입은 적 없지?!"

 

엮여오는 팔을 안될 걸 알면서도 풀어본다. 억지로 다시 되돌리고 밀어 넘어뜨릴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나는 쉽게 침대에서 벗어나있었다.

흐음. 그렇구나? 당신, 고양이같이 도망가는 소년. 같은 것도 좋아했구나? 조금쯤 저항해서 벗어난쪽이 나중에 몰아넣는 재미가 있다는거야?

드레스룸으로 도망친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도들은 잘도 참고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나의 우타히메만 특출나게 짜증나고, 특출나게 악취미고, 특출나게 탐욕스러운건가. 다른 우타히메들은 더 정상이라 다른 사도들은 나보다 훨씬 편한걸까?

적어도 사막의 바보커플은 행복 그 자체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 말그대로 걸어다니는 꽃밭같이. 어디서든 신경안쓰고 치덕거리고 있고.

애시당초 사도의 역할은 우타히메의 성욕처리이고 연애놀이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타히메랑 연인관계라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거야? 보고있는 이쪽이 더 창피하다.

아아 그렇구나. 걔 바보였지. 그럼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래도 아깝긴하지-. 얼굴은 나쁘지 않은데 머리가 모자라다는게. 머리는 좋아도 얼굴이 별로인거랑은 어느 쪽이 불행한걸까? 신은 모든 것을 주지않는다고, 누가 말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 말을 남겼네.

 

맞다. 그런것보다 드레스 찾는 척이나 해둬야지. 육돈녀가 상황을 보러오지 않도록.

손 가까이에 있던 드레스를 일부러 거칠게 꺼낸다. 옆방까지 들리도록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도록. 하지만 실수로 구멍이나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또 한 벌, 드레스를 잡아꺼내 똑같이 소리를 낸다.

그 다음, 같은 소리만 나면 의심받을테니 이번엔 드레스를 뒤집어본다. 반짝거리는 장식이 달린 화려한 모양의 드레스. 하아. 귀찮아- 이제 됐어. 종료. 바보같다고 해야하나 못해먹겠다고 해야하나.

 

한숨 대신 어깨를 축 늘어뜨리자 드레스의 안쪽이 눈에 들어왔다. 전혀 반짝이지 않는 천, 뒤집어진 문양에 한가득한 바느질자국.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훨씬 예뻐보여.

응. 뒤집은건 좋네. 인간도 뒤집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드레스같이 뒤집지는 못하나? 입에 손을 넣어서 이렇게, 빙글하고. 점막이나 내장같은게 전부 바깥으로 튀어나와서 말이야. 식사 직후에 뒤집으면 먹은게 전부 끈적끈적하게되어서 나오겠지-. 재밌겠다-.

 

그 육돈녀도 뒤집어진다면 조금 더 좋아질지도 모르겠어. 새침떠는 얼굴 대신 빨강과 하양과 분홍빛의 고기의 힘줄. 응. 좋을지도. 창자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다든지한다면, 엄청 야하잖아. 뒤집어진 목에서 나는 신음은 어떨까?

위험해. 진짜 욕정할 것 같아.

……같은 소리하네. 망상은 여기까지. 슬슬 돌아가자. 드레스 찾는 척해봤자 시간벌이도 안된다는 것 쯤 알고있다.

저번에 동방의 상인에게 막 산 드레스를 손에 들고 나는 드레스룸을 나왔다.

맞아. 자못 연기하는 것처럼 옮기는게 우타히메님은 기뻐하시겠지. 양손을 써서 머리에 닿을 만큼 높이 들어올린다. 하인 그 자체의 모습. 이런 걸 좋아한다는건 어디 아프다고 밖에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