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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에닉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되었던 '드래그 온 드라군3'의 캐릭터 단편소설 번역후편입니다.

◆전편

 

STORY6 디토 : 추악한 이 세계 (2/2)

예상대로 나의 우타히메는 기뻐하며 대만족. ……그 저급한 웃음소리 그만내.

 

"이 드레스도 멋지네. 다른게 멋지지 않다는건 아니지만. 곤란해." 

 

보고있는 이 쪽이 더 곤란한데. 어울리지도 않는 드레스를 늘어놓고 거울 앞에서 황홀해하는 여자만큼, 눈 둘 곳 없는 것도 없으니까.

 

"차라리 몸이 세 개나 네 개는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전부 한번에 입을 수 있을텐데!"

"몸이 셋이나 네 개?!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당연하지."

"……악몽이야."

 

이것만은 연기도 뭣도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온 본심. 이 여자가 세네명이나 된다고? 이 세계의 종말이잖아 그거.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고 죽고 싶을걸.

 

"난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몸을 세 개로 만드는 마법이 있는지 원 언니에게 물어보자."

 

그 말은 그 녀석에게 만나러가자고?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감이 좋고, 머리회전도 빠른 그 누님. 불편해. 여러 번 만나본 건 아니지만 꺼려진다고 해야하나. 애초에 육돈녀에게 바다의 나라를 통치하라고 말 꺼낸건 그 녀석 아니었나? 쓸데없는 짓을 해가지고는.

 

"몸이 세 개 있으면 어떤 드레스를 고를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지고, 맛있는 것도 세 배는 먹을 수 있잖아?"

"지금도 남들의 세 배는 먹잖아?"

"그렇지 않아."

 

아-니. 먹어. 세 배는 무슨 다섯 배도 여섯 배도 먹잖아. 요리사들을 과로사시키려고 하려는건지 의심될 정도로 먹어치우고있지.

 

"요리사가 오늘 저녁은 고기랑 생선 어느 쪽이 좋냐고 물어보면 꼭 둘 다라고하면서."

"디토. 그건 세 배가 아니라 두 배야."

"하지만 만약 구운 고기랑 삶은 고기랑 고기찜 중에 뭐로 고를거냐고 물어봐도 전부라고 대답할거지?"

"그렇지. 그런 질문이라면."

"그럼 구운 생선이랑 생선찜이랑 생선튀김 중에 뭐로 고를거냐고 질문받으면?"

"전부,로할까? 어머, 갑자기 배 고파졌어. 아침밥은 아직 안 나왔나?"

"파이브는 고작 남들의 세 배 수준이아냐."

 

개인적으로는 머리 좋은 누님에게 몸을 세 개로 만드는 마법보다 식욕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마법을 부탁하고 싶네. 하여간.

 

"봄이 기다려져. 그럼 또 맛있는 음식을 찾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텐데."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했었지. 하지만 그건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는.

 

"몬스터를 찾는 여행이겠지."

"어머, 투 언니에게 걸리면 어떤 짐승이든 특별한 진수성찬으로 바뀌어."

"몬스터 부분은 부정안하는거야?"

 

부정할것도 없긴하지. 트롤에 오크에 샌드웜……. 식재찾기가 아니라 마물사냥에 가깝다. 

 

"그건 사실인걸. 하지만 고블린의 뇌수로 맛있는 파테를 만드는건 투 언니밖에 못 할거야. 마비도마뱀으로 묵을 만든다든지, 여섯눈메기의 오일 마리네이드 같은 건 다른데에선 절대 못 먹고."

 

그야 못 먹겠지. 남들은 그런 기괴한 요리는 만들려고도 안하니까. 우타히메는 사고회로와 성욕도 맛 갔지만 미각에도 문제있는게 분명해.

 

"뭐, 맛있기는하지."

"그치?"

"목숨걸고 먹는 요리가 널린 것도 아니고. 물론 난 사양하고 싶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 같은 말투를 쓰게되는건, 그게 우타히메님께서 원하시는거니까. 사실은 얼굴에 대고 말해주고 싶어. 그딴 역겨운걸 어떻게 먹어. 독버섯을 먹어도 멀쩡한 너네랑 같은 취급하지말라고.

거기서 나의 사고가 끊어졌다. ……또야?

 

"음- 파이브?"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귀여운 눈짓을하며 육돈녀를 본다.

 

"뭔가 위험한거 생각하는건 아니지?"

 

물어볼 것도 없이 알고 있지만. 네 그 탐욕스러운 표정.

 

"위험한 생각같은건 안하는데."

 

그렇겠지. 지금 네 머리에 있는건 '그것'뿐이니까.

 

"아, 아침밥은? 배, 배고프다고했지?"

"응. 이제 먹으려고."

"파이브. 기다……."

 

이런 삼류연극을 펼쳐야하는 스스로가 불쌍해져.

 

"싫어. 못 기다리는거 알잖아?"

 

네, 네. 알고 있다고요. 우타히메는 전부 쓸데없이 음란하고 변태들 뿐이라는 것 쯤. 뭐, 그 이상한 성욕이 우타히메의 힘의 대가라는걸 생각하면 조금은 동정도……안해! 할리가 없잖아!

아침부터 밤까지 발정하고 있는 색욕광에게 동정? 어떤 사정이 있든 못 해!

 

"왜 아침부터 이렇게되는거야……?"

 

오히려 자신에게 묻고 싶다. 뭘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자신의 입을 때려주고 싶다!

 

"그건 분명 디토가 졸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래."

"말이랑 행동이 안 맞는데?"

"그치만 내 커다란 가슴에 묻혀서 자는거 좋아하잖아."

 

하아. 못해먹겠다.

그것보다 아무데나 치덕치덕 핥아대는 것 좀 그만해줬으면 좋겠는데? 몸 여기저기가 끈적끈적거려서 엄청 불쾌해진다고요? 게다가 엄청 못하는건 또 어떻고.

육돈녀의 타액냄새, 채액냄새……아아, 토할 것 같아. 분명 토하는게 더 편해질거야. 하지만 우타히메님께서 대격분하실테니 못하겠지.

거기에 이 목소리. 닭의 목을 조르는 듯한 소리 내지 좀 마!

최악. 여기저기 끈적거리고, 귀가 썩을 것 같은 소음이 들리고 배 위에는 멍청할 정도로 커다란 지방덩어리 당고가 허리를 흔들고 있다니. 이 이상의 고문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 정력절륜한 할배를 세 명이나 네 명으로 늘리는 마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아- 이거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나중에 머리 좋은 누님에게 물어볼까-.

그보다 언제까지 타고 있을거야. 무겁다고. 빨리 끝내라 이 망할 아줌마! 그냥 죽여버리고 싶어!

……못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실제로 죽여버리려고 뒤에서 검으로 베려고 한적이 있었지만.

 

[뭐하는거니 디토. 나쁜아이구나.]

 

육돈녀가 그렇게 말한 순간, 검이 발 밑으로 떨어졌다. 그 한 마디만으로 나는 검을 쥐고있지도 못하게 되었다. 사도는 자신의 우타히메에게 거역할 수 없다. 절대로. 그걸 뼈져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그 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자살충동이든다.

왜 하필이면 내가 이 녀석의 사도가 된걸까? 왜 이 녀석이 나의 우타히메인걸까? 다른 우타히메를 받들고 싶었어. 아니, 우타히메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녀석보다는 분명 정상일거야. 왜냐면 모래나라의 바보는 행복해보이고, 할배도 어딘가 즐거워보여. 나만 손해를 보고 있는건 불공평해.

응? 누구 하나 잊어버린 것 같은데. 바보랑 할배랑, 하나 더 있었을텐데. 음……. 상관없지 뭐.

 

그리고 이제 좀 끝내줬으면 좋겠는데. 슬슬 천장의 얼룩을 세는 것도 질렸어. 이 다음 벽의 얼룩까지 세는 건, 솔직히 안 하고 싶어…….

 

"아, 안돼, 아직……!"

 

아직? 몇 시간을 노력하든 그래봤자 똑같잖아. 너 불감증이니까. 색정광이면서 불감증이라니 그 부분만은 동정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아, 안쓰러워. 라는 건 농담. 동정해줄리가 없잖아 멍청아.

 

"귀엽고 사랑스러운 디토. 그런 표정은 하지 말아줘."

 

그런 표정?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던거지? 어차피 또 네 취향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거겠지만. 

 

"파이브는 물욕이랑 식욕은 타인의 세 배지만 성욕은 30배 정도는 하는 거 아냐?"

"어머, 칭찬해줘서 고마워."

"……칭찬한거 아닌데."

"착한 아이구나. 상을 줄게. 어디에 해줄까?"

"그건 상이 아니라 벌인 것 같은데."

"응? 디토는 그게 더 좋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느 쪽이든 똑같아. 둘 다 고문이니까.

 

"파이브는 왜 그렇게 탐욕스러운거야?"

"탐욕스러워? 내가?"

 

자각 없었구나? 뭐 네 경우에는 단순한 탐욕뿐만이 아니지만.

어디서 듣고온건 전부 시험해보거나, 몇 시간이고 계속 그걸 해보고. 우타히메의 성욕이 보통 사람 이상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잖아? 조금도 좋지 않은 건 방법이 틀린거라고 믿고 싶어서 그러는거지?

남자를 바꿔가면서 침대로 끌어들이는건, 상대가 다르면 좋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어서 그런거지?

드레스룸을 꽉 채울만큼 옷이 있어도 더 원하는건, 단 한 벌도 어울리는 드레스가 없으니까 그런거지?

주변의 인간들을 보이는대로 세뇌해서 부하로 삼는건, 누구도 너 같은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런거지?

아쉽게 됐네요! 그런 짓을 해봐도 네 불감증이 나을리도 없고 드레스가 어울리게 될 리도 없어. 무엇보다 너를 좋아하게 될 또라이같은 놈은 이 넓은 세계의 어디를 찾아봐도 존재할리 없어.

아아, 불쌍한 나의 우타히메!

 

……거짓말이지만. 불쌍하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고소해…….

응? 뭐지? 방금 내 미간 찌푸리고 있지 않았어?

슬쩍 미간에 손을 갖다대본다. 그리고 볼, 입가. 응. 틀림없다. 나는 지금 찌푸리고 있어.

왜? 너 찌푸린 얼굴은 싫어하지 않았어?

 

"파이브, 왜 그래?"

"아……."

"별일이네. 파이브가 침대에서 멍하니 있다니."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조금 놀랐잖아. 아아, 하지만 이제 돌아왔어. 평소의 탐욕스럽고 오만하고 난폭한 우타히메님으로. 그리고 내 목소리도 얼굴근육도, 다시 말을 듣지 않게된다. 평소처럼.

 

"너무하네. 나도 고민거리 하나쯤있어."

"화났어?"

"아니."

 

거짓말. 그럼 왜 내가 네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건데? 왜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건데?

생각하고 있던 걸 방해당해서 사실은 화내고 있는거지? 그래서 그걸 눈치챈 내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거잖아?

사도는 우타히메에게 거역하지 못한다. 그래. 나는 이 여자 앞에서는 손끝 하나조차 자신의 의지로는 움직일 수 없다. 이 여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몸짓을하고, 이 여자가 좋아할만할 말을 하고. 이 이상의 것은 없을 정도로 완벽한 노예.

언제였더라. 네가 상냥한 누님의 앞에서 말했었지. [저 이 아이가 귀여워서 어떻게할지 모르겠어요. 건방진 부분도, 조금 짖궂은 것도 포함해서 전부.]였나.

그야 귀엽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남자아이. 건방진 부분도 좋다고? 아니지. 네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건방진 부분이겠지. 그 외에는 전부 없었던 걸로 만들지. 궁극의 편의주의.

그 증거로 나는 네 앞에서 단 한마디도 진심을 말할 수 없어.

 

"그럼 계속할까?"

"뭐?! 또?!"

 

별로 놀라지도 않았는데 과장스럽게 놀라야해. 아니 나는 아무것도 안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도 놀란 표정이 되고 놀란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게 다야.

 

"농담이야."

 

응. 알고 있어. 네 거짓말도, 기만도, 허영도, 집착도.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지배욕의 화신같은 새까만 마음 속도 전부. 하지만 그 추악함만은 싫어하지 않아. 질척질척하게 썩어서 더러워진 내면만은. 왜냐면.

나는, 사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