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드리용 팔리카 스텔라 특전 소책자 에라 아말릭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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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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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드리용 팔리카 스텔라 특전 소책자 에라 아말릭 애곡 엔딩 후일담 번역

!) 주인공 이름은 디폴트입니다.

 

2020년도 오토파가 코로나때문에 취소되어서 신작 낭독극이 없었던건 아쉽지만... 팔리카는 소책자에 해피랑 배드엔딩 후일담도 둘 다 있고 특전들이 다 잘 나와서 좋네요. 

 

 

에라 아말릭의 경우 : 너를 보고있어(1/1)

눈이 보인다는 것에 대한 집착은 없다.

보이든 보이지않든 하이리가 곁에 있다는 것은 변함없으니까. 다만, 네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네 아름다운 눈동자는 제대로 나를 비추고 있어?

아무도 보지마. 나만 보고 있어줘.

네 마음이 망가져버렸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네가 부서진 채로 있어줬으면 해. 그럼 책임을 느끼고 나만을 보고 있어줄테니까. 비틀어져버린 나와 너의 관계. 하지만 거기엔 사랑이 있다. 연정이 있다. 그게 뭐가 잘못된걸까.

네가 그 때 나를 믿지 않았으니까, 내 사랑을 믿지 않았으니까, 도쿄(透京)의 저주는 사라지지 않았다. 내 눈을 빼앗고. 그리고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저주에 의한 죽음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그저 가만히 절망을 안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행복해. 그 덕에 너와 함께 죽을 수 있으니까. 죽음이 우리를 맞이할 날까지 누구도 방해하게 두지 않을거야. 그렇지? 하이리.

 

"하이리, 어디있어?"

 

시야는 당연히 어둠에 둘러쌓여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너를 곁에 느끼고 있었다. 시력을 잃은 만큼 다른 감각이 날카로워져, 냄새나 소리를 전보다 잘 느끼게 되었다.

 

"……여기야, 에라."

 

역시 가까이에 있었다. 손을 뻗자 내 손을 주저하며 만지는 네 손이 사랑스럽다.

 

"하이리. 내 옆에 앉아."

"응."

 

그렇게 대답하고, 내 옆에 하이리가 앉았다. 그 무게로 침대가 조금 가라앉는다. 지금은 원래 M의 방으로 쓰이던 이 곳에 틀어박혀있다. 밖에 나갈 필요가 없으니.

 

"하이리. 날 사랑해?"

"응. 에라를 사랑해."

"정말? 나만을 사랑하고 있어? 다른 사람을 보지는 않아? 내가 못 본다고 다른 사람을 눈에 들이지는 않아?"

"그렇지않아. 난 에라만을 보고 있어. 에라 외에는 보고 싶지 않아."

 

하이리가 내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 그러자 하이리의 달달한 향이 풍겨와 안심이 된다. 손을 더듬어 하이리의 볼을 만지자 거기에는 눈물이 흐른듯한 흔적이 있었다. 너는 정말 울보구나.

가끔씩 봇물 터진듯 우는 네가 사랑스러워. 계속해서 사과하며 나에게 용서를 비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왜냐면 거기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이나 슬픔을 넘은 사랑이 있으니까.

하이리의 볼을 끌어당겨 입맞춤을 한다. 혀가 입술에 닿자 쭈뼛거리며 나를 받아들인다. 이럴 때 네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 그건 역시 아쉽다. 하이리가 작게 내뱉는 뜨거운 숨결과 작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어찌할 도리가 없는 기분이 든다. 입술을 조금만 뗀다. 살짝 입술이 스쳐서 간지럽다.

 

"……있잖아, 하이리. 날 혼자 두지 말아줘."

"응, 에라를 혼자 두지 않아."

"난 네가 사라지면 죽을거야. 그러니까 절대 사라지면 안돼. 내가 죽을 때까지 넌 죽으면 안돼."

"응."

"죽을 때는 함께야. 죽으면 다시 네 얼굴을 볼 수 있어. 그러니까 죽어도 내 곁에 있어야해?"

"응. 에라랑 계속 같이 있을게. 죽을 때도 계속, 죽어도 계속――"

"다행이다…… 사랑해, 하이리."

"나도, 에라만을 사랑해……."

 

하이리의 대답에 만족한 나는 가냘픈 그 손을 당겨 내 가슴에 대었다.

 

"널 만지고 싶어."

"만져도 돼?"

"당연하지. 너에게만이야."

"기뻐……."

 

하이리는 나를 살짝 침대에 밀어 눕혔다. 내 몸을 위로하려는 듯이. 그렇게 상냥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시력이 없어졌을 뿐 다른 문제는 딱히 없다. 하지만 하이리는 나를 마치 유리세공이라도 하듯 다룬다. 섬세한 네 손이 나에게 부드럽게 닿는다. 답답한 것 같지만, 싫은 것은 아니다. 어쨌든간에 나는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하이리는 내 옷을 조금씩 벗겨나간다.

 

"에라. 춥지않아?"

"아니 괜찮아. 네가 만져주면 금방 따뜻해질거니까."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고, 하이리는 드러난 내 쇄골에 살짝 입을 댄다. 깃털이 닿은 것 같은 부드러운 감촉. 그 뒤에는 천이 스치는 소리가 나고, 어느샌가 하이리도 속옷만 남겨두게되었다. 그대로 내 위에 쓰러진다. 하이리의 체온이 직접 내 피부에 닿아 느낌이 좋다. 내 팔 안에 끌어당기는 안았다.

 

"……밖은 싫어."

"왜?"

"그야, 에라가 없으니까."

"그렇네. 나도 밖은 싫어. 너를 데리고 가버리니까."

"난 어디에도 안갈건데?"

"하지만 내가 자고 있을 때 가끔 밖에 나가잖아?"

"아니야! 아니야, 에라! 난 에라를 두고 간게 아니라, 나는……."

 

한순간에 혼란스러워진듯한 하이리를 부드럽게 안았다. 

 

"괜찮아. 네가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거라는건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어머니께 말해둘게. 더이상 하이리를 내 곁에서 데려가지말라고."

"정말? 용서해줄거야?"

"당연하지. 그러니까 울지마, 하이리."

 

내 피부에 하이리의 눈물이 떨어진다. 손을 더듬어가며 하이리의 볼에 입을 맞추고, 눈물을 닦는다.

 

"다들 어리석고 자기중심적이라 포기하지 못하는거야. 고작 죽는걸 두려워하고, 바보같아."

"응."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아무것도 무서울 것 없는데. 그렇지, 하이리."

"응. 나도 무섭지 않아."

"다행이다. 나만의 하이리……."

 

가끔 시계탑 밖에서 도쿄의 사람들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관심없다. 나에게는 하이리의 말이 있으면 되니까. 그 외에 아무것도 필요없다.

 

"사랑해, 귀여운 나의 하이리. 죽을 때까지 함께야."

"응, 계속 같이 있어. 나의 에라."

 

천천히 입을 맞춘다. 나는 너를 만지고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자, 나를 빼앗아. 나의 신데렐라. 이제 곧 세계의 끝이 온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너와 닿아있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