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란피아 소와레Olympia Soiree 스텔라 특전 소책자 히무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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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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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란피아 소와레(올랭피아 수아레) Olympia Soiree 스텔라워스 오리지널 한정 세트 특전 단편 소책자 히무카편 번역

 

히무카(1/1)

"오늘 분량은 이정도만 구워도 괜찮아? 조금 더 만들어둘까?"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요즘 눈에 띄게 매상이 줄어서. 카이리는 비뚤어졌어도 말을 잘해서 잘 팔았었거든. 빨리 돌아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렇네. 분명 금방 돌아올거야."

 

이건 나의 염원같은 거짓말이었다. 낙도에 유폐된 카이리의 형기는 '무기'라고 한다. 그러나 이 포춘쿠키를 파는 할아버지는 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지상의 광장에서 싸우고 상대를 상처입혔다. 그 탓에 유배되었다. 고. 아카자와 요스가가 같이 그렇게 설명해준다면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걸로 된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의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다. 그런 진실같은건 모르는 편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안녕하세요."

"아아! 오란피아님!"

 

막 구워진 쿠키를 보고있자, 그녀가 찾아왔다.

 

"달달한 냄새가 나길래 굽고있는 것 같아서."

"아하하. 역시 대단하네. 딱 시작했던 참이야."

 

카이리가 떠난 뒤, 그를 대신할 판매원과 보조가 필요하다고, 할아버지가 요스가에게 부탁하러 온 것이 일주일 전. 때마침 우리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런 부탁을 들은 그녀가 모르는 척 할리도 없었다.

 

"……하아, 그렇지만 매상도 줄었고, 쪽지를 쓰는 것도 귀찮고, 슬슬 포춘쿠키 같은건 접는게 좋을까요."

"네?!"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몸을 내밀었다. 나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것을 참고 모르는 척을 하며 구워지고 있는 과자들을 동그랗게 말기 시작했다. 이런 때에는 무조건, 무조건 그녀가 또 끼어들 것이 정해져있다.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할지 기대된다.

 

"하지만 점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걸요?"

"아니 그래도. 그 쪽지에 뭘 적을지 생각하는 것도 수고스럽다고요. 벌써 몇 십년이나 적고 있고 솔직히 좀 질렸어요."

 

그녀가 나와 과자들을 번갈아봤다. 그러나 나는 아직 아무말도 꺼내지않는다. 사실 그녀가 뭐라고 말할 지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다.

 

"저기…… 그럼 제가 쓸까요?"

"아하하!"

 

예상대로의 대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웃어버렸다. 그래. 나는 이럴 때 저런 말을 하는 그녀를 정말 좋아한다.

 

"네?! 아니 그건 안돼죠! 오란피아님의 손을 번거롭게 할 수는 없어요!"

"괜찮아, 신경쓰지마! 나도 한번 써보고 싶었어!"

"아니아니, 됐다니까요!"

"그녀도 이렇게 말하는데, 부탁해보는게 어때?"

 

말려도 분명 시간낭비다. 그 증거로 지금 당장이라도 붓을 꺼낼 듯이, 그녀의 눈동자는 평소보다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판매원의 일로도 폐를 끼쳤고, 이거라면 저라고 눈치채지 못할 거에요."

 

그녀는 카이리를 대신할 판매원으로도 입후보했었다. 그러나 광장에서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송구스러워하는 도민들에게 둘러쌓여 '부디 그만둬주십시오.'라고 애원받고, 관두지않으면 자신들이 팔겠다며 소동이되어 아카자에게까지 발견되는 바람에 고작 한시간만에 일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그런가요? 그럼 우선 오늘 남은 분량만 부탁해도 될까요? 사실 요즘 허리도 아파서 책상앞에 앉기도 힘들더라고요."

"어머, 그럼 안되지. 요스가에게 습포를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어볼게. 오늘은 쉬어."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송구스러워 하는 것도 같고 조금 안심한 것도 같이, 그가 안으로 들어갔다. 달시계광장의 근처에는 이런 장사꾼들이 모이는 주택이 있어서, 오늘은 이쪽이 돈이 없다, 오늘은 저쪽이 쌀이 없다며 서로 융통하며 살고 있다. 나는 뭔가를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들을 존경하고 있고 이렇게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있잖아 히무카. 아까 웃었지?"

"그치만 네가 너무 내 예상대로 말하니까."

"운세쪽지를 적는다니 그런 재밌어보이는건 당연히 하고 싶잖아."

 

그녀가 슬쩍 망토를 벗으며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새하얀 종이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으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카이리가 돌아올 때까지 포춘쿠키가 없어지면 안돼."

 

돌아온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오히려 그녀는 그를 되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네. 할아버지도 자주 그러더라. 카이리가 제일의 판매원이라고."

 

그녀는 끄덕이고는 다시 종이조각을 바라본다.

 

"히무카. 이 종이에 전부 같은 걸 적으면 날림이라고 혼날까?"

"음-…… 다르게 적는게 재밌을 것 같기는한데, 참고로 물어봐도 돼? 무슨 말을 적고싶어?"

"'커다란 행복이 가까움'이야."

 

이번에는 웃을 수 없었다. 자신만만하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강함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너무나도 눈부시다.

 

"이렇게 써놓으면 먹은 사람이 소소하게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아? 내가 처음으로 산 운세는 이렇게 써져있었어. '기다리던 사람이 온다.'고. 그거랑 요스가의 꽃점이 내 마음의 의지였어. 그러니까 그 보답이라고 할까…… 이런 생각은 이상해?"

"이상하지 않아. 조금도."

 

그녀의 손목에는 작은 무지개 여러개가 빛나고 있었다. 나는 팔찌에 그대로 살짝 입맞춘다.

 

"왜, 왜그래?"

"안돼?"

"아, 안되는건…… 아니지만."

 

실제로 그녀의 가는 손목에 이 팔찌는 잘 어울린다. 같은 것이 내 팔에 있는 것이 기뻐서, 혼자 보내는 한밤중에 그녀가 그리울 때는 팔찌에 입을 대거나 했다.

 

"전부 그렇게 써도 돼. 섬의 모두에게 행복을 잔뜩 대접해줘."

 

그녀에게 신으로서의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눈부신 강함과 자유로움이 주위를 행복하게 한다. 마치 태양이 세계를 비추고 어둠을 쫓아내는 듯이.

나는 결국 그녀를 안아버렸다.

 

"히, 히무카? 저기……?"

"놀라게해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 당장 너를 만지고 싶어서."

 

팔 안에서 가련한 어깨가 작게 떨렸다.

나는 그녀 덕분에 사람의 육체를 얻었다. 그건 그녀를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하고, 멋지고 행복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마음이 육체를 멋대로 움직이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볼에 닿거나, 시계초의 과즙에 적셔진 입술이 달달해보이거나, 손목에 무지개가 반짝이거나, 그리고 이렇게 내가 기뻐할 말을 할 때면, 몸의 안쪽이 부드럽게 따뜻해져서 그녀를 안지않고서는 버틸 수 없게된다.

이게 요스가나 쿠로바가 자주 입에 담던 '남자의 욕망'이라고 한다면, 꽤 성가시다.

 

"나는 운세에 '커다란 행복이 가까움'같은 걸 쓰고 싶어하는 당신이 소중해서,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해."

 

나에게 그녀는 아름답다. 하지만 추하다는 이유로 꺼림받는 아픔을 알고 있다. 배타받는 노여움을 알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누군가의 행복을 기도하고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겁쟁이인 내가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명색이라도, 명색이라도 신이었던 주제에.

그래―――사람의 아이인 그녀는 신인 나 같은 것보다 훨씬, 훨씬 강하다.

 

"……아주 잠깐만, 입맞춰도 돼?"

 

작고 작은 목소리를 물으니 그녀가 작고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정말, 잠깐만."

 

그녀는 분명 의문으로 여길 것이다. 포춘쿠키에서 왜 이런 일이 되었는지.

 

"……잠깐이라면."

 

그녀가 일순 안쪽을 들여다봤다. 할아버지는 물을 끓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싸고, 정말로 한 순간만 입술을 대었다. 작고 부드러운 그것에 닿으니 평소의 행복감이 배가 되는 느낌이 든다. 벌써 양 손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그녀와 맞닿았을텐데 아직 조금 무섭기도 하다. 이런 내가 그녀를 만져도 되는건가, 하고.

 

"……좋아해."

 

입술이 떨어진 순간, 무의식중에 새어나왔다. 나의 모든 것이,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그러자 그녀는 수줍은 듯이 시선을 내린 후, 스스로 입술을 겹쳐왔다.

 

"나도, 당신이 정말 좋아."

 

순간적으로 쓰러뜨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든 버틴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아아, 정말 사람의 육체란 성가시다. 겨우 이것만으로 손가락 끝까지 열을 입고 있었다. 지금 당장, 그녀를 먹어치우고 싶다. 잘 익은 시계초 열매를 맛보듯이, 남기는 것 없이.

 

"빠, 빨리 운세 적는거 끝내. 아니, 나도 도울래. 그럼 시간도 반만 걸릴거고, 그 다음은……."

 

모두의 행복을 바랄 동안에 나의 욕망은 진정될까.

어떻게든 동요를 숨기면서 나는 그녀 옆에서 붓을 잡았다.